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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일주일간, 그녀의 표현을 빌려 그녀를 스토킹 하듯이 관찰했다. 마술종으로서의 능력은 감춘 채, 순수한 인간이 지닌 능력만으로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관찰했지만, 딱히 그녀 주위에서 다른 마술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하나 있긴 했다. 왕가 대대로 내려오는 왕가의 시녀인 자그마한 정령이 공기와 동화되어 그녀를 늘 따라다녔지만, 그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없었다. 려고는 아직도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아니, 지금이라도 당장 임무를 완료 ― 그러니까 마술종에 의한 처참한 살인처럼 보이게 꾸밀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의도를 알 수 없는 임무임과 동시에 휴가가 끝나버리게 된다.… 제1화 : 제4의 찰나종(第四刹那宗) 보기 제1화 : 제4의 찰나종(第四刹那宗) - 0 - 세계왕. 그것은 덧없는 꿈. 세계를 손에 넣어 세상을 바로 잡을 자. ――― 나, 마술종(魔術宗) 동방고려는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없기에, 그 과업을 후대에 넘긴다. 세종선언(世終宣言) 서(序) - 동방 고려(東方高麗) - 1 - 요정의 영광 제 12기 261년. 9월 어느날 그리셀다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약 일주일 전에 전학을 온 한 녀석이 그녀의 신경을 몹시 긁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 아직도 날 보고 있어?” “글쎄.” 세계사 시간. 그녀의 물음에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세아르가 뒤를 힐끔 쳐다 본다. 한 소년이 그리셀다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세아르와 시선이 마주친다. 소년은 방긋 미소 짓는다. 천진하면서 아름다운 미소에, 세아르는 일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며, 세아르는 시선을 다시 그리셀다에게로 돌렸다.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네? 그것도 미소 지으면서.” 후우, 하고 그리셀다는 한숨을 쉰다. 벌써 며칠째 저 모양이다. 려고 융 이라는 기이한 이름을 가진 이국의 소년은 학기의 시작과 함께 전학을 왔다. 기다란 백금발의 끝을 까만 띠로 단정하게 묶고, 둥근 테의 안경을 쓴 호수 빛 눈의 소년. 일견 예쁜 소녀처럼 보이는 그의 미모는 순식간에 반의 화제가 되었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에게 모이는 이목에 미소 지으며, 재빠르게 반에 동화되었다. 붙임성은 좋은 듯, 주변의 관심에도 사근사근 친근히 답했다. 그리셀다 역시 처음엔 그에게 약간의 관심을 가졌다. 허나 지금은 뭔가 아니다. “널 좋아하는 거 아냐?” 세아르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셀다는 소름 돋는다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왜? 저런 애가 관심 가지면 좋지 않아?” “저건 관심이 아니라 스토커잖아.” 그는 전학 오자마자 시간표를 그리셀다와 똑같이 맞췄다. 그 정도로 그쳤다면 단지 우연이나 단순한 관심으로 치부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이후 수업부터 노골적으로 그녀만을 빤히 바라본다. 물론 선생은 눈치 채지 못하게, 선생이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수업을 열심히 듣는 척 했다. 그리고 선생이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시 그리셀다를 빤히 쳐다본다. 게다가 아주 능숙해서 의도대로 선생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방과 후 귀가 길은 더욱 심했다. 그녀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졸졸 따라다닌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면, 그는 방실방실 미소 지었다. 이건 관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광기다. 그 때문에 도보 10여분 거리를, 단지 한 소년을 피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자동차로 등교할까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나날이다. “어떻게 전학 오자마자 처음 본 날 졸졸 따라다닐 수 있냐구.” 그녀의 한탄에 세아르는 웃는다. 그리셀다는 눈을 치켜뜨며 세아르를 노려본다. 세실리아 아르민, 줄여서 세아르. 아르민 자작, 그러니까 이 학교의 소유주인 아르민 공작의 막내 동생의 외동딸로 귀여운 여자애다. 아르민 가문의 핏줄답게 칠흑같이 검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길게 풀어헤친 미인으로, 같은 여자인 그리셀다가 봐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말 그대로 여성의 섹시함과 가련함을 동시에 지닌,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만한 미인이었다. 반면에 자신은 어떤가? 숱이 많아 늘 골치인, 타오르는 붉은빛 외엔 주목할 건수도 없는 머리칼에 그저 크기만 한 파란 눈동자. 남들은 예쁘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 있는 국가공인 미소녀 세아르와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기만 죽는다. 내세울 건 왕녀라는 타이틀 뿐. 그런 그녀를 놔두고,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다니. 아니, 관심이 아니라 스토킹. “하지만 말이야, 저 애가 널 따라다닌다는 사실은 너랑 나밖에 모르지 않아?” “그게 더 문제라구.” 려고는 약삭빨랐다. 주변에 철저히 신경 쓰면서도 그리셀다를 바라봤다. 노골적이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그리셀다를 바라본다. 다른 아이들은 그것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모른다. 그리셀다는 그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지독한 집착에 광기! 그리셀다는 욱한 마음에 뒤돌아 려고를 째려본다. 려고는 물론 세아르때 처럼 미소로 답할 뿐이다. 흥, 예쁜 미소에 속을 줄 알고? 그리셀다는 속으로 투덜거린다. 쉬는 시간이 되자,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그리셀다는 려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한다. “너 계속 날 보고 있었던 것 맞지?” 려고는 말없이 미소 짓는다. 그 모습에 세아르가 키득거린다. “너 말이야, 사람이 말을 하면 진지하게 말 좀….” “드디어 나한테 말을 걸어 줬네? 근 일주일만의 성과인가?” 려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셀다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굉장히 예쁘잖아! 려고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전학 온 첫날, 단지 그 미모 때문에 반의 화제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머리카락까지 길게 기르고 있어, 여자라고 봐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듯, 굉장히 고운 미성으로 말하니 더더욱 여자처럼 보였다. 그리셀다는 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말을 이었다. 사람이 말을 하면 진지하게 말을… “…끊지마.” …들어! 어라? “무엇을?” “말 좀 끊지 말라고 했어.” 아차, 이 말을 하려던 게 아닌데 싶었지만, 이미 말을 해버린 이상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리셀다는 뻔뻔하게 말했다. 려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언뜻 나사 풀린 듯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미모가 받혀주면 보는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려고는 그 유용성을 충분히 깨닫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너와 처음 말을 나눠본 것 같은데, 자주 끊었다는 것처럼 얘기하면 당혹스러운걸.” 려고는 가늘고 고운 목소리로 기죽은 듯이 말한다. 그리셀다의 얼굴은 새빨개진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것보다도―.” 그리셀다는 침을 한차례 삼킨다. 곁에 선 세아르를 한 번 바라본다. 세아르는 방긋이 웃으며 둘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너 계속 날 졸졸 따라다니며, 스토킹한 것 맞지?” “스토킹이라고 말하면 곤란한걸. 그저 크게 관심을 표한 거야.” 그게 관심이냐! 스토킹이지, 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애써 억누른 채, 그리셀다는 궁금한 걸 이어 물었다. “좋아, 그렇다 치고, 대체 스토킹 ― 네 표현대로 크게 관심을 표한 이유가 뭐야?” “당연하잖아, 널 좋아하기 때문이지.” 려고는 보기에도 아찔할 만큼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외견으로는 인간인지 요정인지 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은 미모인지라 그 미소는 정말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 남자인 주제에 저런 외모라니 불공평해, 라는 다소 애 같은 질투심과 그 미소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두근거림이 뒤엉킨 묘한 감정이 동시에 일며, 그리셀다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세아르조차 그 순식간에 이루어진 고백에 멍해졌는데 당사자는 오죽하랴. 그리셀다는 17년 평생 중에서 가장 얼굴이 빨개진 채로 세아르의 손을 잡고 도망치듯이 교실에서 뛰어나갔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이 상황을 보지 못한 듯, 갑자기 후다닥 뛰어나가는 그리셀다와 세아르를 무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려고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으며 다음 수업 준비를 했다. *** “그 자식 미친 거 아냐!?” 그리셀다는 빨개진 얼굴로 고함치듯이 말했다. 물론 복도에는 많은 아이들이 오가고 있어서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 굳은 표정과 어조를 보면 고함치고 싶은 그녀의 심정이 엿보인다. “미쳤다니, 왜? 단순히 널 좋아하는 것뿐이잖아.” “그게 아니라구! 그 녀석이 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어? 왕녀라는 거랑 내 얼굴밖에 없잖아.” “아니야. 넌 신문이나 잡지에도 자주 실리니까, 네 관련 기사를 빠짐없이 읽고 스크랩 해뒀을 지 혹시 아니? 그렇게 사랑을 키워나가다가 결국 만리타향에서 널 만나러 이곳까지 오게 된 걸 거야.” 세아르의 말에 그리셀다는 몸을 부르르 떤다. 아미가 찌푸려진다. “소름 돋아. 끔찍해. 그거야말로 진짜 스토커잖아.” “왜? 낭만적인데. 나라면 그런 스토커는 환영이야. 예쁘잖아.” “확실히 예쁘긴 하지만…. 그게 아냐, 난 저 녀석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야. 아무 것도 모른 채, 얼굴만을 보고 사랑에 빠져? 그건 말이 안 돼. 인형 좋아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 “요컨대 진실 된 사랑이 없다는 거지?” “응.” 세아르의 물음에 그리셀다는 단호히 답했다. “맙소사. 요즘 세상에 그걸 논할 사람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다시 봤다, 그리셀다.” 세아르는 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은 채, 그리셀다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리셀다는 왠지 모를 분함에 세아르를 째려본다. “그러면 안되는거야?” “아니, 난 그리셀다 네가 왕녀라는 신분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할 줄 알았거든. 나름대로 쇼크랄까? 이렇게 되면 난 더더욱 려고를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걸?” “너!” 그리셀다는 소리치다가, 이내 한숨을 쉰다. “후, 그게 아냐. 어차피 난 왕녀의 신분이라 아버님께서 바라시는 결혼밖에 할 수 없어. 정략결혼이 확정된 셈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그게 이루어지기 전까지 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사랑이라는 걸 꿈꿔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상품 가치가 하락하면 안팔려.” 세아르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셀다는 도끼눈을 뜨고 노려본다. “야!” “호호호, 물론 농담이지. 이건 내 직감인데 려고는 좋은 애 같아. 잘해봐. 여자의 직감은 잘 맞는 편이잖아? 믿어봐.” “나도 여자거든? 근데 내 직감은 영 아니올시다야. 네 말 믿기 싫어. 너도 솔직히 말해봐. 걔 얼굴 보고 하는 소리지?” 그리셀다는 려고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솔직히 여자인 자신보다 예뻤다. “응. 미소년이잖아. 잘해봐.” 세아르는 그리셀다의 등을 토닥거려 주고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셀다는 인상을 찌푸렸다. *** 려고는 대충 옷을 벗어 걸어놓고는 다리는 땅을 디딘 채, 침대에 걸쳐 누웠다. 속옷의 대신인양 붉은색의 기묘한 문자들로 수놓아진 새까만 붕대를 온몸에 두르고 있다. 햇볕이라곤 전혀 들지 않는 창문 없는 방에서 불조차 꺼두고 있으니 무척 어두웠다. 허나 려고는 이를 신경 쓰지 않는 양, 침대에 누워서 천천히 숨을 쉬고 있다. 그 호흡은 매우 안정되어 있고, 동시에 매우 느렸다.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오른손으로 자기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숨을 길게 내쉰다.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날숨은 언뜻 보기에 한숨처럼 보이기도 했다.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을 침대에 털썩 놓음과 동시에 책상에 놓여있던 사진이 날개가 달린 듯 날아올라 려고에게 다가온다. 려고는 왼손을 뻗어 그 사진을 잡았다. 아버지인 시그마트에게서 받은 예의 그 사진으로, 세아르와 얘기 나누고 있는 그리셀다의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다. 포커스가 그리셀다에 맞춰져있어서 세아르는 희미하게 보여 그리셀다의 붉은 머리칼이 더욱 부곽되어 보이는 사진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이 어두운 방에서 사진을 볼 수 없을 테지만, 려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그의 얼굴엔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근 일주일간, 그녀의 표현을 빌려 그녀를 스토킹 하듯이 관찰했다. 마술종으로서의 능력은 감춘 채, 순수한 인간이 지닌 능력만으로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관찰했지만, 딱히 그녀 주위에서 다른 마술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하나 있긴 했다. 왕가 대대로 내려오는 왕가의 시녀인 자그마한 정령이 공기와 동화되어 그녀를 늘 따라다녔지만, 그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없었다. 려고는 아직도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아니, 지금이라도 당장 임무를 완료 ― 그러니까 마술종에 의한 처참한 살인처럼 보이게 꾸밀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의도를 알 수 없는 임무임과 동시에 휴가가 끝나버리게 된다. “역시 조금 더 지켜봐야 할까?” 그가 근 일주일간 지켜본 그리셀다는 신분이 왕녀라는 걸 제외한다면, 보통 또래 소녀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나이에 맞게 순진하고, 그 나이에 맞게 생각한다. 관심 분야 또한 그 나이의 다른 소녀들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여기서 또래 소녀의 정의는 그녀와 비슷한 환경 ― 즉, 다른 귀족들의 영애나 대상(大商)들의 영애로 일반적인 또래 소녀와는 약간 다를지도 모르지만, 아르민 학원 내의 다른 소녀들과는 큰 차이점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더욱 아버지인 시그마트가 맡긴 임무에 대해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학교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원래 그의 성격상 상종 못할 지각류는 비(非)마술종 중엔 아무도 없으며, 다 알고 있는 진부한 내용의 수업이라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학교에 맞춰 ‘탈’을 써 그 탈에 맞는 친구들도 제법 사귄 참이었다. 그 중에는 어느 학교에서나 흔히 하듯이 여자애들의 외모만으로 서열을 매기는 (물론 려고 자신은 여기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아이들도 있어서, 그 아이들에게 듣게 된 (물론 듣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서열에는 그리셀다가 제법 고 랭크로 매겨져 있었다. 물론 세아르 쪽이 부동의 1위를 거머쥐고 있긴 했지만. 세아르. 세실리아 뒤오누 페이화우 스 아르민이라는 풀 네임을 그대로 다 부르는 자는 학원 내에 거의 없는 여성으로 청순가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여성이다. 물론 그것은 대개 그 나이 소녀가 그렇듯 외양에만 한정되며, 성격은 다소 얌전할 뿐이지 다른 또래 소녀와 크게 다르지 않는 여성이다. 지금으로선 아버지가 말한 ‘위협이 되는 존재’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유인 즉, 첫째로 언제나 그리셀다와 붙어 다니기 때문이고, 둘째로 초대(初代)의 아르민 공작이 공작위를 받은 이유가 인간이지만 마술종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르민 공작가에서는 대대로 마술종이 배출되어 왔는데, 요정의 영광 제12기 원년 이후 마술금지법에 의해 인간이 가진 마술의 대가 끊어지면서 아르민 공작가 역시 공식적으로는 마술종을 보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법으로 금지했다고 하여, 유전적 요인이 더 강한 마술종의 혈통이 끊어졌다고는 믿기 힘들기에 세아르가 마술종일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세아르가 마술종이라면 시그마트가 말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그리셀다 주위의 마술종’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르민 공작가의 마술종으로서의 능력은 꽤나 강력한 편이었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상념은 거기서 끊겼다.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은 어느새 책상위로 돌아갔으며, 려고는 흰색 민무늬의 반팔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저녁 먹으러 나오래.” 문 너머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하숙하는 녀석이었다. 려고는 응, 하고 대답하고는 침대에서 일어선다. 어차피 지내다보면 알게 될 일이다. 서두르지 말자. 아직까지는 위험요소가 없으니, 현재의 휴가를 즐기자. 려고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 by LoliPope | 2006/03/07 15:41 | Novel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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